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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아름다운 꽃·푸른 나무?… 자연은 이런겁니다


The Odd Nature, 41×53cm, acrylic on canvas, 2015

지난 40여 년 동안 캔버스에 새겨온 단 하나의 화두, 강렬한 색채와 빠르고 경쾌한 붓질을 통해 작가의 감정과 심상을 표현하는 유근영 작가의 개인전 '엉뚱한 자연'이 9월 25일까지 대전 동구 용전동 대전복합터미널 내 dtc갤러리에서 진행된다. '엉뚱한 자연'이라 하면 많은 사람들은 재현 혹은 표상이라 하며 그림 속에서 자신의 꽃과 풀과 나무, 그들의 정원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관념화되고 개념화된 실체 없는 자연에 대한 허상을 마치 실재하고 있는 것이라 믿고, 그것을 작가의 그림에 투사하고 그곳에서 그 흔적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결국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을 보고 있을 뿐 그 전체의 모습을 찾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작가는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듯 결코 우리가 원하는 풍경을 보여주지 않는다. 눈앞에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활발한 세계를 느끼게 해 줄 뿐이다. 그의 그림들에서 불러일으켜지는 자연의 환영들은 형상인 듯 색면(色面)이고, 색면인 듯 붓질이며, 붓질인 듯 몸짓이다. 그 몸짓에 대해 어떤 사람은 춤이라 말하고, 투쟁이라 하지만 그는 항상 그것들 너머의 것을 가르킨다. 생생불식(生生不息·사물이 끊임없이 생장하고 번성함)하는 자연에서는 가장 완전한 것도, 질서도, 기준도, 척도도, 원본도, 중심도, 보편성을 찾아 볼 수 없다. 그는 자신의 그림에서 모든 인식의 허상이자 허구적 개념들을 모두 추방시키고 있다. 그래서 '엉뚱한 자연'은 그 모든 경계들을 넘어선다. 아이러니한 의외성과 고정관념을 단박에 뒤집어버리는 전복적인 힘이 작가의 그림 앞에서 웃음 짓게 한다. 작가 유근영의 회화는 자신의 상투형과의 투쟁의 기록이다. 그는 일상의 기록들이 기성품화 되기를 거부했고 끊임없이 새로운 문장을 작성하기 위해 어제의 기록들을 없애 나갔다. '엉뚱한 자연은' 자연의 형상을 유추할 수 있는 모든 근거들을 없애 가면서 자연 그 너머의 것들이 어떤 고정적 형상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드러나도록 한다. 황찬연 dtc갤러리 큐레이터는 "유근영 작가에게 있어 새로운 사유와 그림은 어떤 명백한 근거 위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확고한 근거를 어떻게 부정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그는 지난 40여 년 동안 '엉뚱한 자연', 이 하나의 화두를 캔버스에 새겨왔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 출신인 유 작가는 홍익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6년부터 40여 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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