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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도 형상도 자유로운 심상의 세계


10#19 The Odd Nature, 130.3 x 97 cm, acrylic on canvas, 2010

친숙한 자연 소재를 강렬한 색채 대비와 거침없는 필법으로 그려오고 있는 한국적 표현주의 화가 유근영의 ‘엉뚱한 자연’(The Odd Nature)전이 갤러리 청담(청도군 화양읍)에서 열리고 있다.


유근영은 ‘자연’을 소재로 그림을 그린다. 일상에서 마주했던 풀잎 하나, 걷던 길 주변에 핀 꽃들을 마음에 담아 음악을 들으면서 떠올린 자연을 펼쳐 캔버스에 옮긴다. 그의 그림은 단순화되거나 기하학적인 구조를 가진 색면이나 형태를 떠나, 이미 소재가 되어 있던 자연과 자연물보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모습으로 표현된다. 나무, 혹은 다양한 식물과 꽃의 형상, 나아가 현미경으로나 보았음 직한 미생물의 형상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자연’의 모습이다.


그러나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자연은 현실의 자연이 아니다. 식물과 꽃은 어디에선가 본 듯하지만, 실제 자연에서는 찾을 수 없다. 꽃과 풀, 나무, 산 모두 낯설다. 낯선 꽃, 낯선 풀, 낯선 나무, 낯선 산 등을 통해 낯선 자연과 마주한다. 작품의 주제가 되는 ‘엉뚱한 자연’ 또한 우리가 익히 아는 풍경화, 혹은 정물화 속의 풍경이나 정물이 아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삼아 구체적인 형상을 흩뜨린 비구상 미술도 아니다. 자신의 그림을 마음껏 그려보고자 한 그가 심상을 통해 재현한 자연이다.


그의 낯선 자연은 자연 속에서는 볼 수 없는 화려함과 다양함을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그 화려함은 럭셔리하지 않다. 왠지 불안하다. 역동적 원색과 원초적 질감과 돌발적 선들이 감성과 무의식을 자극한다. 그 자극을 통해 어떤 해답을 찾을지는 감상자의 몫이다.


갤러리 청담 김성락 대표는 “30여 년간 외곬으로 창작활동에 매진해 온 유근영은 ‘엉뚱한 자연’ 연작에서 그 자신만의 한국적 표현주의 세계를 유감없이 보여준다”며 “이번 전시는 화려한 색감으로 구상과 비구상, 표현과 재현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의 작품 세계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5월 31일(일)까지 열린다. 054)371-2111.


최재수 기자 biochoi@msnet.co.kr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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